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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론트레디바

Garuren 2016. 12. 27. 01:09

탈론트레디바


오늘 피비릿내가 가득한 전장에서 트레이서를, 레나 옥스턴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언제 어느때나 지었던 밝은 미소는 사라지고 무표정에 가라앉은 붉은 눈은 시선을 마주치기만 해도 본능적으로 도망가고 싶어지게 만들었고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가득했으며 두르고있던 붕대도 그녀의 피인지 다른이의 피인지 알수없는 붉은 얼룩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동료였던 사람들을, 우리의 동료를 죽이고있었다.

말도안돼 트레이서가 그럴리없어

그녀를 알고있던 사람들은 분명 그렇게 말하겠지. 오버워치의 정의로운 영웅 트레이서가 동료를, 사람을 죽인다니!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않았다. '말도안돼 저건 레나언니가 아니야'라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을 때,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내가 아는 트레이서가 맞다고.


"안녕 꼬맹아 오랜만이네"


무기력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담긴 애정, 집착, 살의, 잔잔한 광기 그리고 알수없는 슬픔과 배신감에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 하고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널 만나면 하고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녀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나에게 다가왔다.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정도의 위치까지 온 후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막상 만나니까 뭘 먼저 말해야할지 모르겠네"


느릿하게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끈적하고 역겨운 냄새를 내뿜는 손이 예전처럼 나의 볼을 쓰다듬으려고 했다. 볼가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과 앞에 있는 그녀의 낯선 모습에 나는 움찔하며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갈 곳을 잃은 손은 허공을 한번 잡더니 원래자리로 돌아갔다.


"알고는 있었지만 조금 상처인걸"


한번더 거절당한 손을 보고 나를 보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가와 내 목을 잡고 바닥으로 내던졌다. 눈앞이 새까매지고 숨이 막혔다. 목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목을 쥐고있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숨이 막혔다.


"너가___버렸____"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괴로워
그만해줘
살려줘


"…언…니…"


목에 가해지는 압박감이 사라졌다.


"역시 나는 여전히 너를 좋아하나봐"


꺽꺽하며 몸을 웅크리고 숨을 쉬는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고개를 비틀어 보니 그녀는 알수없는 표정 으로 나를 보고있었다. 기쁨? 슬픔? 절망? 좌절? 모르겠다. 모르겠어.


"나를 사랑하지않는 너에게"


그녀는 자신의 총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느릿하게 총구는 나를 향했다.


"너가 나를 상처입혀도 너가 나를 배신해도 내 발이 닿는 곳은 변함없이 너의 곁일거야"


다시한번 총구가 움직였다. 천천히 천천히 총구는...


"너가 살아있는 한 변하지 않겠지 하지만 나는 너를 죽일 수 없었어. 그렇게나 죽이고싶었는데 막상 하려니까 안돼더라고"


그녀 자신의 머리로 향했다.


"그러니까 내가 죽으면 될것같아"


잠시만 기다려봐 무슨소리인지 모르겠어 기다려줘 오해가 있는 것같아 그러니까 멈춰 언니 멈춰요 그만 그만


"잘있어 하나야. 사랑해"


귀를 찢을것 같은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새까만 방안
떨리는 손으로 옆을 더듬었다. 아무도 없다 없다 없어 언니가 없어 없어!


"아아아아-!!!"


머리를 감싸안고 절규했다.
왜 움직이지 못 했지 왜 손길을 거부한거야 왜 왜 그때 왜 그날 언니를 혼자가게 놔둔거야 왜 왜 왜!!


"하나양 진정하세요 하나양!"


누군가 나를 끌어안았다. 부드럽게 등을 토닥이며 나를 진정시켰다. 누구야? 누구? 언니? 레나언니야?


"언니 언니 미안해 내가 미안해요 다시는 혼자 안둘게요"

"하나양.."

"좋아해 좋아해 싫어하지않아 오해야 나는 언니를 싫어한적 단 한번도 없었어"

"제발...하나양 저는 레나가.."

"그러니까 나만 두고가지마 언니 언니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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