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글

[트레디바]잠

Garuren 2016. 10. 10. 03:14

나는 아침 잠이 많다.

저녁 늦게까지 게임을 하다가 잠드는 습관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니가 깨워주지 않는다면 오후에 일어나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잠을 잔다.

그런 나와 다르게 언니는 아침 잠이 없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가볍게 아침운동을 하고 씻은 뒤 아침 밥을 준비하고 나를 깨우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있다.

하지만 가끔 임무가 힘들거나 여러 일로 지쳤을 때 내가 일어났는데도 언니는 자고있는 날이 있다.

이 때의 언니는 정말 누가 업어가도 모를정도로 깊게 자고있어서 무슨 짓을 해도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놀라고 무서워서 박사님을 호출한 적도 있었다. 흔들어도 때려봐도 소리쳐보기까지 했는데도 몸을 살짝 뒤척일뿐 일어나지 않는 언니를 깨우는 방법은 생각 외로 간단했다.

자고있는 언니의 손을 꼭 잡고 나지막이 언니를 부르면 된다

 

 

"레나언니"

 

 

하고. 한번이 안돼면 두번, 세번 계속 부르고 있으면 아직 잠에 취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그 소리를 듣고 다시 한번 언니를 부르면 굳게 닫혀있던 눈꺼풀이 열리고 

 

 

"좋은 아침이야 하나야. 빨리 일어났네?"

 

 

라고 말하며 나와 시선을 맞추고서는 배시시 웃는다.

그 상황이 부끄럽고 가슴 속이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고 한번 더 보고싶어 한동안 언니보다 빨리 일어나기 위해 노력하거나 언니가 지쳐 쓰러지듯 잠들때까지 끌고다니기도 했었다.

노력한 덕분인지 내가 언니를 깨우는 날이 조금씩 늘어나고 그 순간을 보는 날도 늘어났지만 부끄럽고 간질거리지만 기분좋은, 이제는 이 기분은 익숙해지기는 커녕 더 커져만 갔다.

 

이 기분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행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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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시끄러운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지독한 화약냄새와 녹슨 철의 냄새가 바람을 타고 폐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흐릿한 시야에 눈을 몇번 깜박이며 지금 처한 상황을 되새겼다.

폭주한 옴닉들과의 전쟁, 우세하지는 않았지만 이기고있던 오버워치, 갑자기 터진 폭발, 옴닉쪽으로 합류한 탈론, 고립된 D.va와 그런 나를 구하러 온 트레이서 그리고 다시 폭발...

고막이 터질것 같이 시끄러운 소음에 인상을 찌푸렸다.

폭발 후 다친 몸을 이끌고 이 폐건물에 들어온것까지는 기억나는걸 보면 그 뒤 나는 그대로 기절한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시끄러운걸 보면 몇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언니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언니는 나와 멀리 떨어지지않은 벽에 기대고 앉아 잠들어있었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뒤척이지도, 인상을 찌푸리지도 않고 자고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못 해 경의롭다.

삐걱이는 몸을 이끌고 언니의 옆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댔다.

차가운 시멘트의 온도에 부르르 떨다가 언니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자켓을 나에게 덮어줘서 체온이 떨어졌나?

내 온기로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깍지를 끼고 몸을 살짝 밀착했다. 물론 자켓도 덮어줬다.

 

그렇게 가만히 있고 얼마나 지났을까 시끄러웠던 소음이 사라졌다 적들이 전멸했는지 아군이 전멸했는지 아니면 위치를 바꾼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다른곳보다 안전해진 것 같다.

이제 슬슬 언니를 깨우고 다른곳으로 가야할 것 같아 나지막이 언니를 불렀다.

 

 

"레나언니, 일어나"

"언니~"

"레나언니!"

 

 

한 번, 두 번, 세 번 일어나지 않는다. 많이 지쳤던 걸까?

힘없는 언니의 손을 꼭 잡고 다시한번 언니를 불렀다.

언니, 언니 일어나요 레나언니 트레이서 레나 옥스턴 이러다가 우리 둘다 죽겠어 언니? 많이 피곤한거 알겠는데 우리 돌아가야해

 

 

"언니, 왜 일어나지 않는거야"

 

 

평소라면 일어나고도 남았을텐데... 가슴 속이 울렁거린다. 기분나쁜 분위기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무서워서 언니의 어께에 머리를 기대며 심호흡을 했다.

 

 

"그래 알겠다. 나랑 게임하자는거지? 이런 상황인데도 장난이라니 역시 레나언니야.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언니가 포기하고 일어날때까지 계속 계속 부를거니까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언니를 불렀다.

계속 계속 계속 전처럼 굳게 닫혀있던 눈꺼풀이 열리고 서로 눈을 맞추며 역시 못 이기겠다고 말하도록

 

 

"레나언니 이제 슬슬 일어나줘"

 

 

지금 눈앞이 뿌옇게 된건 분명 먼지때문이고 심장에 바늘이 찔린 듯 아픈것 또한 먼지때문이야.